공기업 빽으로 들어가기

어렴풋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아 그녀석이 그런 번듯한 회사원이었던적이 있었지?' 

딱 10년전이었던듯 싶다 

아는 후배(학교 후배는 아님)하나가 대학졸업후 나름 꿈을 쫓아 나아가던중 앞길이 잘 보이지않음에도 (돈안되는 예체능쪽이었음)
계속 허송세월만 보내는것 같자 아버지께서 불호령이 떨어졌다. 
당장 들어와서 취직하라고  

그래서 전공은 나름 공대를 나왔지만 그 방변의 지식은 전무했던 A동생은 당시 돈줄;;;이었던 부친의 명을 받들어 취직준비를 한다.

그런데 지금이나 끄때나 취업난은 (지금이 좀 더 심각) 큰 사회문제였고 졸업후 몇년을 그렇게 보낸 A가 취업하기 쉽지않을텐데...
하던중 A로 부터 뜻밖에 소릴 듣게 되었다. 

' 좀있으면 티오가 난다고 하면서 그때 일단 원서를 넣으래요. 일단 지원서를 내려면 토익성적표가 있어야 한다고해서 어제 토익학원 등록했어요. ㅋㅋ 오늘갔더니 나이많은 형도 있고 여자애들도 있고 ...' 

' 근데 누가 넣으란거야 ? ' 

' 아부지요... ' 

' 아버지? 아버지 무슨 취업전문가시냐? ' 

녀석의 아버지는 알고보니 모 지방 공기업에서 사장까지 지내고 퇴임하신분이셨다. 
우리가 흔히 아는 한전같은 공기업 말고도 우리나라에는 정말 많은 공기업이 있다. 또 그 공기업에 딸린 공공기관들도 무지하게 많고
그런 작은곳에서 평생을 일하시고 사장까지 역임하고 퇴임하셔던것. 

그렇게 퇴임하시고 또 알음알음 다른곳의 고문이나 임원같은걸로 가게 되시니 그 방면의 인맥은 넓으셔서 그런지 아부지께서 몇일날 거기다 원서넣어라고 언질을 받은것. 

' 뭐야  너 그럼 공기업 들어가는거냐 ? ㅋ  야~ 대단한데 ' 

' 뭐 .....아직 100% 확정은 아니지만 이미 말은 되있으니 형식적이지만 그날 토익 성적표랑 같이 내고 두고보면 알겠죠 . 사실 티오가 좀 더 있으면 B형도 좀 넣어달라고 아부지께 말씀 드려볼려고 했어요 ' 

' B? 아~ 그 너 아는형? ' 

' 네 ,,,,,집에서 놀고 있거든요. 근데 티오가 그렇게 까지 여유있진않은거 같더라구요 ' 

어쨌든 녀석은 그렇게 강남역 토익학원을 한 달 다니고 토익을 봤다. 
원래 공부에 뜻이없던 녀석이라 원서를 넣고 평소처럼 여자도 만나고 그 예체능쪽 취미생활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 한 1-2주 연락이 뜸하더니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원래 집이 좀 사니 백수였지만 차를 몰고 다녔는데 그날은 자기 엄마차에 양복까지 빼입고 있었다. 

' 오~~~~ 진짜 공기업 직원 된거야 ? ㅋㅋㅋ 양복 멋진데? ' 
' 네....뭐 일단 들어가긴 했는데 뭐가 먼지 정신하나도 없네요. 그리고 저 정직원은 아니예요. 애초에 이게 2년 계약직이더라구요. 
대신 2년일하면 2년후 정규직으로 전환이 될거라 그래요 . 그리고 XXXXX 공사가 아니라 그 공사에 딸려있는 기관이예요. 자매회사 같은. 근데 여기도 공기업은 맞구요 ' 

녀석은 해당 공사의 마크가 새겨진 명함까지 한 장 주면서 말했다. 
' 어디가서 얘기하면 안되요 ㅠㅠ   제가 뭐하는건지 모르겠지만 답답하네요 일단 들어오긴 했지만 ' 

일단 이 동생이 다니는곳은 XXXX 공사의 하부기관으로 XXXX 공사의 일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는곳이었다. 
물론 신분상 그 기관의 직원은 해당 상위공기업 직원과 동일한 처우를 받았다. 
공무원들이 주로 쓰는 '복지카드'를 계약직임에도 동일하게 줘서 분기별로 몇십만원씩 물건 구입이 가능했다. 
그래서 그 돈으로 악기도 사고 운동화도 사고.... 


돈은 버는데 녀석은 하루하루 괴로워하기만 했다 
일단 회사에 가면 전문적인 업무는 못하니 상사가 그냥 시키는 단순업무만 하게 되고 
그렇게 회사에서도 가시방석이니 주로 업무시간엔 당시 유행하던 메신저인 네이트온 으로 본인과 대화를 주로 나누었다. 
외근도 자주했는데 한 번은 일좀 도와달란 부탁을 받아 함께 어떤곳을 갔던 기억도 난다. 

그래도 매달 적지않은 월급이 차곡차곡 쌓이니 그 돈으로 원래 하던 예체능쪽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면서 그 낙으로 회사생활을 하다 결국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끝에 퇴사를 하고 만다. 
2년을 훨씬 채우지못한 1년이 좀 넘는 시간이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부모님께 엄청 혼났던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다시 짐을 꾸려 미국으로 떠났고 지금도 자신이 원하는 그 방면에서 활동중인걸로 안다. 

당시 후배가 해당 공기업에 들어갔던 시기는 노무현정권때였는데 
그 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나서 노무현정부 시절 이른바 '코드인사' (당시 유행하던 용어)니 하는 낙하산 기관장에 대한 비판이 많았고 그에 편승 자신처럼 이른바 '빽'으로 들어온 계약직들도 미래가 불투명하단것도 사퇴의 이유가 됐었던것으로 기억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진짜 하고싶어하던 분야를 보류하고 들어갔던가리 적응하기 쉽지않았던것으로 기억한다. 

그래도 전공은 컴퓨터였기에 회사에서도 주 업무는 홈페이지 관리및 업무지원 이라고 명시되어 있고 입사부터 근무 모두 형식적 요건을 다 충족하고 있었기에 감사등을 통해 법적으로 걸릴만한 하자는 전혀없었다.  다만 도덕적으로는 걸릴지 몰라도. 

실제로 소위 말하는 빽으로 취업하는 사람들도 그냥 막무가내로 사람 꽂는게 아니라 형식적 요건은 충족시키면서 들어가는걸로 알고있다. (그래야 뽑아주는 측입장에서도 뒤에 탈이 안나기때문에)

지나고 보니 그렇게 빽으로 공기업 들어가는 케이스가 상당히 많다는걸 알게됐다. 
공무원처럼 공인된 시험으로 뽑는게 아니니 오죽하겠는가. 

https://www.google.co.kr/search?q=%EA%B3%B5%EA%B8%B0%EC%97%85+%EB%B9%BD+%EC%B7%A8%EC%97%85&oq=%EA%B3%B5%EA%B8%B0%EC%97%85+%EB%B9%BD&aqs=chrome.1.69i57j69i59j69i61l2.4730j0j9&sourceid=chrome&ie=UTF-8

주변에 그런 케이스가 한둘은 있다고 하는사람들이 적지않았다. 

지금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10년전에는 엄연히 존재하던 현실이다. 

by 부라부스 | 2017/03/21 18:00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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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樂浪高麗 at 2017/03/21 18:12
이명박이 공기업을 대거 민영화시켰어야 하는데...
Commented by 부라부스 at 2017/03/21 18:17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 당시 이명박정권 들어서고 나서 공기업에 대해 대대적으로 손본단 얘기가 많이 돌았었죠. 그래서 낙하산 기관장들과 빽으로 들어간 취업자들이 많이 불안해했던걸로
Commented by 樂浪高麗 at 2017/03/21 18:54
공기업 철밥통들이 촛불들고 광우병 시위에 가담했다는 추정이 돌았죠.
Commented at 2017/03/21 18:2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7/03/2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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